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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또 총기난사,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존 그리샴이 1996년 쓴 소설 ‘런어웨이 쥬리(The Runaway Jury)’는 담배 제조사에 대한 고발 이야기다. 아버지의 사인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주인공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배심원들이 책임을 상기하도록 해 담배 회사에 복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2003년 게리 플레더 감독의 각색을 거쳐 영화(한국 개봉명 런어웨이)로 제작되면서 담배 회사가 총기 회사로 바뀌게 된다. 이  영화는 아직도 법률 스릴러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존 쿠색, 더스틴 호프만, 진 해크만이 나왔으니 보증된 영화가 됐다.       흥미로웠던 것은 거대 총기 제조사들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하는지 보여준 장면들이다. 배심원 선정에 대형 컨설팅 조직이 투입되어 ‘회색지대’를 최대한 활용했고, 필요하다면 폭력과 살인까지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주인공들의 분투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은 왜 총기 규제가 어려운 일인지 절감하게 된다.       현실로 와보자.  미국은 수정헌법에 의해 총기 소지가 허용된다.  신원을 증명하면 무장이 가능한 것이다. 자신과 가족, 재산 보호가 허용 이유지만  그와 무관하게 살상용 무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이 학교에 총을 가져가 친구를 쏘기도 하고, 아예 수백명을 살상할 계획으로 다연발 기관총을 난사하기도 한다. 대량 살상에 사용된 무기 대부분이 합법적으로 산 것이라는 발표를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살인을 방조한 것이 아닌가.     쟁점은 두 가지다.  먼저 총기 구매자의 신원을 충분히 검토하고 허용하느냐다. 가정폭력, 마약 등 전과나 정신 병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총기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잘 걸러지지 못한다. 총기 옹호론자들은 전과자도 자신을 보호할 헌법적 권한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결국 미국은 여전히 총기 소지 권한과 무고한 총격 피해자들의 생명을 두고 그 가치를 저울질하고 있다.     과연 총기 소유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죽음이 잇따르는 것은 괜찮은 것인가. 범인들은 반자동 소총을 들고 초등학교에 들어가 아이들의 등에 총을 쏘고 있다. 이게 단순히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과정에서의 조그만 부작용인가 말이다.       연방의회와 FBI(연방수사국)는 총기 소유자들에 대한 안전성, 불법 개조 여부, 관리 상황을 점검하는 전수 조사 수준의 점검을 할 수 있는 법적 토대와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소지할 수 있는 총기에 대한 연방 차원의 기준이 엄격히 세워져야 한다. 최근 메인주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사건에도 민간의 소지가 금지된 탄창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부분의 총기 난사범들이 그렇듯이 경찰의 진압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총열이 짧은(saw-off) 샷건은 휴대와 살상 반경이 커서 민간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지와 매매가 금지되어 있지만 범행 현장에서는 이미 흔한 증거품이 된 지 오래다.     사법 당국은 이런 불법무기 소지와 제조, 개조에 대해 강력한 규제 조치를 해야 한다. 규정을 지키지 않은 소지자는 물론 이를 묵인한 주변인들도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총기 사건으로 무고하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으며 사회도 어둡게 한다. 그리고 총기 소유자들은 그 총구가 자신을 향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총은 격발을 위해 제조되며 격발은 누군가의 부상이나 사망을 의미한다. 시민들은 안전한 커뮤니티에서 살 권리를 보장받고 싶어한다.   이제 다시 묻는다. 정부와 정치권은 총기 옹호론자들의 말을 계속 들을 것인가, 아니면 무고한 시민들을 잠재적인 총격 희생자라는 늪에서 구할 것인가. 시민들은 이제라도 ‘안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도 침묵의 희생양으로 남을 것인가.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총기난사 방관 총기 소지 총기 회사 총기 옹호론자들

2023-10-30

[칼럼 20/20] 총을 든 가족

이번에는 연방하원의원 가족이 ‘총’을 들었다. 지난주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주·공화당)이 트위터에 크리스마스 가족사진을 올렸다. 가족 7명 모두가 총을 든 사진이다. 사진 위쪽에는 ‘메리 크리스마스! 추신. 산타클로스는 탄약을 가져다 주세요(Santa, please bring ammo)’라고 썼다. 사진 속 가족은 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 트위터에 올려진 것은 미시간주 옥스퍼드 고교 총격사건이 발생한 지 4일 후였다. 4명이 목숨을 잃은 참극이다. 용의자 15세 소년은 살인, 테러 등으로 기소됐고 부모도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매시 가족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단순 실수나 해프닝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연방의원의 트위터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총기소유에 대한 강력한 지지 표시다.     매시는 총기 권리 행사에 직접 총을 갖고 참석한 정도로 열렬한 총기 옹호론자이다. 현재 법사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법사위원회는 총기류 관련 법제정에도 관여한다.     미국에서 총기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그때마다 규제 목소리가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진다. 그리고 총기사건은 또 터진다.     2017년 기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통계에서 미국은 인구 10만 명당 총기 피살자가 4.26명이다. 선진국 만을 비교하면 부동의 1위다. 세계 전체로는 8위지만 1~7위까지는 모두 남미 국가들이다.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지난 6월 AR-15 반자동 소총의 캘리포니아 판매금지 조치에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을 담당했던 로저 베니테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의 총은 위험하지만 책임감 있고 법을 준수하는 시민에게는 소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총기 규제 입장은 철저한 통제만이 대형 총기 살상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총을 범죄에 사용할 만한 사람을 식별하는 것이 총기 규제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총기 보급률은 미국보다는 조금 낮지만 총기 사망자는 미국의 8~12% 정도에  그친다. 소유는 인정하되 규제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총기 구입과 라이선스 취득이 운전면허증 받기보다 쉽다.   매시 의원의 트위터 사진이 알려진 후 프레드 구텐버그가 사진을 올렸다. 구텐버그는 지난 2018년 2월 플로리다주 파클랜드 고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14살 딸을 잃은 아버지다. 현재 총기반대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17명의 희생자와 2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파클랜드 참사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교내 총기난사 중 하나다.     구텐버그는 트위터에 2장의 사진을 올렸다. 한 장은 그의 딸을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총기난사로 숨진 딸이 묻힌 곳이라고 소개했다. 두 가정의 각기 다른 사진은 미국의 총기소유 찬반 논쟁을 대변하고 있다.     매시 의원은 7일 켄터키 지역 신문 ‘쿠리어 저널’을 통해 트위터에 올린 총을 든 가족 사진을 지울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연주를 즐겨 가족들이 악기를 들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며 사격을 좋아해 악기 대신 총을 든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악기 대신 총기를 든 것이 재미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가족 사진이 올려진 후 전국에서 매시 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 중에도 1주가 채 안 돼 8만1000개의 ‘좋아요’도 있었다.   작년 미국 총기사망자 수는 1만9380명이다. 지난 20년간 최고치다.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됐다. 교육정보 매체 ‘에듀케이션 위크’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올해 28건의 교내(K-12학년)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역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한 해가 끝나가지만 총기 범죄에 대한 대책은 없다. 여전히 총기 규제 찬반 목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가족 크리스마스 가족사진 총기 옹호론자들 연방하원의원 가족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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